최근 융합교육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뜨겁습니다. 융합교육이 학교현장에서 구현되는 모습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한편에서 ‘왜, 융합교육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깊이 고민해 보는 노력은 미흡한 듯합니다.
수업 사례나 수업 구현에만 집착한다면 원래 융합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실종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가지 융합교육 형태의 수업을 구현하였다고 만족한다면 이는 교사가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 방식의 수업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제는 의미 있는 융합교육에 접근하는 길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볼 때입니다.
융합교육의 목표는 다름 아닌 학습자가 ‘융합적 사고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융합교육은 교사에 의해서 실시되겠지만 주체는 학습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때 학습자의 학습 태도가 선결과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습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아내려는 성급한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교육이 가장 벗어나기 힘든 유혹이기도 합니다.
결과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시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학습자나 학부모의 관심은 과정 중심보다는 결과 중심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어쩌면 제도권 교육의 한계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성적을 산출하는 방식은 융합교육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융합교육에 있어서 중학교 1,2학년까지는 성적이 없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각설하고 융합교육은 수업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업 방식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학습자가 팀이나 짝을 만들어 보고, 서로 질문지를 만들고, 각자 질문에 답하면서 서로 상이한 부분을 조율하고,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해 보려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분명 학습자가 스스로 물고기를 어떻게 하면 잘 잡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서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융합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수업 방식이야말로 융합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인류 역사상 최고의 융합교육의 텍스트는 탈무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탈무드는 수천 년간 유대인 랍비들이 토라(모세 5경)에서 추출한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융합교육 교과서의 결정판이라 하겠습니다. 유대인들은 오래전부터 융합교육을 실시하여 왔습니다. 달리 말해 탈무드를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가르쳐 왔던 것입니다. 그것도 하브루타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1 대 1 토론을 전제로 한 하브루타는 서로 간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키워가는 최고의 학습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탈무드는 특정한 교과가 아닌 융합 교과라고 할 수 있고, 탈무드를 가르치는 것은 가장 모범적인 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될 것이고, 하브루타 방식의 교육은 가장 효과적인 융합교육 수업방식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탈무드를 융합교육의 교재로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교재를 우리의 고전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여 새롭게 구성해 보는 것은 뜻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교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전술한 대로 그것은 교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업 방식이 아니라, 학습자에 의해서 질의하고, 학습자끼리 토론하고, 학습자가 발표하는 진정한 의미의 학습자 중심의 수업에서 융합교육의 성패가 갈릴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융합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융합적 사고 역량’을 키우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융합교육을 시작하려는 교사는 교재를 구하기에 앞서서, 학습자를 위한, 학습에 의한 융합교육 수업 방법을 터득하려는 진지한 자세와 공부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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