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티 차르다시
반갑습니다.

브람스 '헝가리무곡' 들어보셨죠?
곡명에 나라 이름이 붙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요 유독 헝가리 이름이 붙은 곡명은 많습니다
리스트가 작곡한 ‘헝가리 광시곡’도 있고요
베를리오즈가 작곡한 ‘헝가리 행진곡’도 있습니다
또한 헝가리 민속춤에서 비롯된 곡도 많은데요
대표적인 곡이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 입니다.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집시 가락이란 의미입니다. 짧은 시간에 희노애락을 잘 표현한 몬티의 차르다시도 있습니다.

오늘은 몬티의 차르다시를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헝가리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고 노래와 춤도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명한 작곡가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리스트도 있고 코다이 손기호로 유명한 코다이도 있고 바르토크도 있습니다. 지금 나오는 음악은 바르토크가 작곡한 루마니아 댄스(Romanian Dance)입니다.
헝가리 음악이 왜 이렇게 유명하게 되었을까요?
헝가리는 동유럽 중앙부에 자리잡고 있어 지리적 특성상 많은 외침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헝가리인들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집시 신세가 되었습니다.
집시들에게 슬픔과 아픔을 달래주는 것은 춤과 음악이었습니다. 춤과 음악은 감정을 승화시키는 중요한 삶의 문화가 되면서 집시 음악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집시음악은 2/4박자의 유사한 패턴의 리듬 위에 다양한 선율로 헝가리인들의 민요가 되고 민속춤곡이 되어 전승되었는데요 이를 양식화 한 것 중에 하나가 차르다시입니다.


원래 차르다시는 18세기 후반 병사들의 춤곡인 베르분코시(Verbunkos)에서 비롯되어 19세기 초에 남녀가 함께 추는 차르다시가 되었습니다. 이후 발전하여 19세기 중반에 유럽에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작곡가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작곡가 들리브는 차르다시를 바탕으로 작곡하여 오페라 코펠리아에서 사용하였습니다.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도 차르다시 춤곡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차르다시(Czardas)란 떠돌이 집시 생활에서 잠자리가 무척 중요했기에 편안한 휴식처나 보금자리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비토리오 몬티(Vittorio Nonti)는 헝가리 민속춤곡 차르다시를 바탕으로 1904년 차르다시를 작곡하였습니다. 원래는 만돌린을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요즘에는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로 편곡되어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차르다시는 서정적이거나 애수에 찬 선율을 담은 느린 리듬(Lassu)과 정열적이고 야성적인 선율을 담은 빠른 리듬(Friss)이 한쌍이 되어 연주되는 춤곡입니다.


특징은 템포의 변화가 많고 슬픔과 기쁨을 번갈아 표현하는 패턴이 주를 이룹니다. 아주 느린 템포 후에 아주 빠른 템포를 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아 놓는 형태이지요.
또한 연주자의 기분에 따라 템포를 자유롭게 바꾸는 루바토(rubato)를 자주 사용합니다. 선율은 비애감과 열정적인 기분을 야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열정적인 춤과 함께 들려지는 음악은 지나가던 사람들을 멈추게 하고 연주자들 앞에 놓인 모자에 동전을 떨어뜨리지 않고서는 지나가지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려면 템포가 극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슬플과 기쁨을 한 순간 바꾸어 극적으로 표현하면서 그 다음 음악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져야 했습니다.

흡사 우리의 휘몰아치는 가야금 산조나 사물놀이의 장단 같은 느낌으로 음악에 빠져들도록 만들었습니다.


몬티의 차르다시도 이러한 패턴과 유사합니다.
그의 음악을 도표로 보면 아주 느리게 연주하다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다시 느리게 연주하다가 매우 빠르게 곡을 맺는 패턴입니다. 당연히 선율도 슬픔과 기쁨, 고요함과 신바람을 번갈아 표현하는 형태입니다.

이 곡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 부분은 밖에서 억울하게 매를 맞고 울면서 들어온 아이에게 엄마가 ″그래 힘들었지″, ″아이고 많이 아프겠구나″라며 위로하고 달래주는 모습처럼 느리고 애수가 가득한 선율로 시작합니다.

두 번째 부분은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아이가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웃는 것처럼 빠른 리듬과 신나는 선율로 연주됩니다.


이어서 밤이 찾아오고 오순도순 이야기하다가 눈꺼풀이 내려앉는 아이를 잠자리로 인도하여 잠을 재우는 엄마의 모습처럼 튜티로 조용히 진행되는 선율 뒤에 템포도 더욱 느려지면서 세 번째 부분을 마칩니다.

마지막 네 번째 부분은 아침을 맞이하는 빨라지는 템포 후에 아이와 함께 피크닉을 가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는 듯 진행됩니다. 들판에서 신나는 놀이와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감정이 최고조에 이른 마음을 표현하고 극적으로 결말을 맺습니다.

이제 세계적인 연주자 박지혜님의 연주로 감상해 보시겠는데요
박지혜님은 작곡 솜씨도 뛰어나 <지혜 아리랑>을 작곡하여 연주한 바도 있듯이 그가 연주하는 곡을 들으면 편곡에 가까운 연주가 많습니다.
이 곡을 들어보셔도 다른 연주자와는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속주에도 매우 뛰어나 마지막 부분은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의 속주(BPM 190~200 정도)를 뛰어넘어 메트로놈 206 BPM까지 연주하여 그 기교가 매우 뛰어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속주에도 불구하고 대가의 여유를 보여 주는데요 특히 네 번째 Allegro vivace 부분에서 보인 여유나 마지막 종지에서 최고의 긴장감을 잠시 멈추고 다시 마지막 음을 켜는 모습은 진정한 비루투오소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연주되는 바이올린은 1735년산 과르네리(Guarneri)로 2010년 180억에도 거래된 최고의 악기입니다. 음색이 매우 맑고 풍부하며 극적인 표현을 잘 구현해내는 아주 특별한 악기입니다. 박지혜님의 연주에 300년 가까운 고즈넉한 세월을 뛰어넘은 과르네리가 여러분을 감동의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https://youtu.be/0o8jXpU7q4A